#0. '마흔보다 조금 덜, 들어가기 전 마지막 구도심 나들이. 스물 남짓, 이왕 아플 거 들어가기 전에 아픈 게 아무렴 낫겠지. 열보다는 조금 더, 주변에 가보고 싶은 곳들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디데이 세는 버릇은 10대 중반에 들여 아직도 빠지질 않았구나 싶었어요. 군대 가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 가야지 싶었는데, 종강하고 나서 마흔 남짓의 이 날들 동안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주식, 독서, 복습. 게임도 틈틈이 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라는 숙어가 적절할 것 같네요. 다람쥐는 하루가 얼마나 빠를까 궁금했습니다.
#1. 주가가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게 생각보다 중독성 있어, 멍 때리면서 바라보고 있으면 9시부터 15시 30분까지가 금방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데이 트레이딩(단타)에 사람들이 쉬이 중독되는 이유가 왜인지를 깨닫은 거죠. 그래서, 열흘 만에 데이 트레이딩을 접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LG전자 감사합니다~~) 일단 초우량주 차근차근 모아두는 걸로… ‘시간 외 단일가 매매’라고 16시~18시에 단일가로 매매를 할 수 있는데, 부대 내에서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뿐이라 하는 방법을 알아 두었습니다. 주식한다니까 많은 분들이 조언을 해 주셨는데, 군대에서도 틈틈이 공부해서 전역하고 여유 있을 기간에 다시 시도해보도록 할게요.
#2. 짐이 집에도, 기숙사에도 있으니 잘 몰랐는데 제 소비욕이 대단했더라고요. 집에 다 읽지도 않은 책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골라 읽는 재미가 있어요. 요즘은 김상욱 교수님과 유지원 타이포그래퍼님이 같이 쓰신 “뉴턴의 아틀리에”와, 히가시노 게이고 에세이 모음집(!!) “사이언스?”를 읽고 있습니다. 나와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글들을 읽게 되니까 새로웠네요. 예시로, 홍콩의 길바닥에 적혀 있는 글자들의 글씨체인 “홍콩 거리체”와 극단적으로 작은 포인트에서(놀랍게 2포인트에서도) 읽히는 가독성 뛰어난 글씨 “Minuscule2” 폰트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뉴턴의 아틀리에” 아니면 어디서 또 만나볼까 싶었어요.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사이언스?”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03~05년 잡지들에 연재된 짧은 잡학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책이예요. 무려 15년 만인 작년에 한글로 번역되어 국내에 출판되었답니다! 두 책 모두 그렇게까지 깊은 내용은 없어 가볍게 찍어 먹으면 됐어요. 자신이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남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것은 또 다른 일인데, 세 분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계속 쓰는 것도 어떻게 하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연습해보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3. 책이 재밌어서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어요. 물론 핑계고, 게임하는 시간을 줄였어야 하는 거겠죠… 그래도 복습을 하면서 다시 짚고 넘어갈 때는 뒤에 있는 내용을 알고 앞 내용을 다시 보게 되니까 그때 새롭게 보이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특히 산공과는 최적화 내용이 두고두고 나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과목들만 들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과목들을 듣고 나서 다시 복습하니까 예제 하나하나에 대한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아요. 책을 쓸 때 아무 예제나 들고 오지는 않는구나 다시금 깨달은 듯. 훈련소를 버티고 나면 선형대수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봐야겠습니다. 복습해야 할 내용이 많았는데, 너무 적게 복습한 것 같아서 걱정이 좀 되네요. 복학하면 지난 2년 들었던 것보다도 더 열심히 들을 예정인데... 예습은 커녕 복습도 안 되어 있는 느낌이라.
#4. 만기 전역을 하면 정확히 안에서 91주 있겠더라고요. 1년을 보통 52주로 보니까, 21개월은 아무렴 91주인 것이 좀 직관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훈련소 5주를 빼면 86주, 그 후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해요.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안 됩니다. 그래도 얻은 결론이 하나 있고, 그걸 위해 글을 계속 써볼 예정입니다. 브런치를 시도해봤는데, 아직 작가 신청을 하기엔 양심이 찔려서... 티스토리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브런치에 올려놓고 끝났다 싶었는데... 작가 신청을 안 해 놓아서 사람들이 볼 수 없고 그저 제 '작가의 서랍'에 저장되어 있더라구요. 제가 제 이야기를 좀 더 잘 할 수 있을 때에는 신청해보고 싶네요.